2024년이네요!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이번에는 처음으로 한 해를 돌아보는 회고록을 써보려고 합니다.
2023년을 끝으로 7년동안 묶여있던 대학교에서 떠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는데요, (물리적으로 다시 대학교에 돌아가게 됐지만) 한 번 돌아보면서 회고하기에 적기인 것 같아 일들과 생각들을 큼지막한 주제별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년여간의 인턴 생활 마무리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처음도 아닌데 퇴사는 항상 낮설고 적응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22년 10월에 베어로보틱스 그리고 올해 1월을 마지막으로 벤츠 코리아에서 인턴 생활을 마무리하며 대망의 1년간 인턴 여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3학년 2학기를 마치면서 큰 계획을 가지고 휴학을 결정한 건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임베디드 엔지니어로 진로만 설정했을 뿐,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해나갈지 계획과, 설정한 목표에 대한 확신 같은 점들은 두루뭉실 했는데 이 인턴들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제 제품의 생산 사이클은 어떻게 되는지, 공장 라인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같은 팀 동료들 부터 바다 건너 외국 오피스에 있는 동료들 까지 어떻게 설득시키고 협업해야 할지, 인증과 표준이 왜 필요한지 같은 점들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올해 인턴들은 이전의 웹 관련 인턴들과는 다르게 오히려 개발 외적인 부분들에서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하드웨어가 중요하고 기술 전환 사이클이 느린 제조업 & 임베디드 분야 특성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요.
인턴임에도 한 파트의 담당자가 되어 이리저리 구르면서 이리저리 출장도 다니고 당시엔 힘들었지만 새삼 돌아보면 정말 값진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동안 임베디드로 밥 벌어먹어도 완전 재미없진 않겠구나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벤츠 연구실의 멋진 NTG7 인포 테스트 벤치에서 직접 기여한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동차 업계에 매혹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물론 평소에도 운전을 좋아한 것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래서 흘러흘러 인증/표준을 대응할만한 규모가 크고 제품 생산 단계의 상위에 있는 회사에서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자!
퇴사를 하고 개강하기 전까지는 열심히 놀러다녔습니다. 후쿠오카도 다녀오고 속초도 다녀오고 시내버스만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가보기도 했습니다. 한 해를 살아갈 추억이라는 연료를 충전하는 느낌으로요. 맛있는 음식들 기억에 많이 남네요, 또 짬이난다면 다시 먹으러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잊어먹었던 졸업요건을 맞추려고 헐레벌떡 수강신청도 하고 한사봉에 여러가지 정신 없었네요. 그와중에 동아리 세미나 준비도 열심히 했습니다. 이 때 4학년의 정신없음을 과소평가 하고 세미나를 두 개나 벌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두이노 세미나는 옛날부터 사용하던 커리큘럼도 있었고 3년째 하다보니 쉽게 했는데, STM32을 사용하는 임베디드 세미나는 초반에 어느정도 진행하다가 흐지부지되서 들었던 후배님들한테 아직도 죄송하네요.어찌저찌 개강해서 세미나도 진행하고, MT도 따라가고 오랜만에 대면 수업도 듣고 중간고사도 봤습니다.
여러가지 경진대회도 참가하고 졸업작품도 진행하면서 정말 바쁘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임베디드 경진대회에서 이벤트 카메라 기반 AEB, 교내 공모전에서 4족보행 로봇을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경진대회에서는 수상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새로운 분야에서 협업하면서 행복했고, 의미있는 산출물도 만들었습니다. 졸업작품 또한 취업 직무와는 달라도 궁금한 분야를 무사히 구현해냈고 좋은 평가를 받아서 돌아보면 후회는 남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기술적 지식은 인턴 같은 부분보다 이런 실험적인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많이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취준
중간고사가 마무리될 때쯤, 공채보다 조금 일찍 여러 회사의 계약학과 공고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제도라 수시로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거리고 있었고, 현대자동차그룹과 LG전자의 계약학과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경험했던 스타트업/외국계 기업들의 채용 방식과는 꽤 달랐고, 인턴과 정규직에서 기인하는 체감 무게 차이도 있어서 많이 긴장하면서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석사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어서 현대자동차그룹 계약학과에 입학하고 싶었습니다. 타이밍 좋게 (?) 계약학과 없이 Edge AI 분야로 진학하려 했던 연구실도 교수님의 이직으로 공중분해 되어버리고 학점이 좋은 편이 아니라 억지로 기대를 누르며 전형이 진행되는 두세달 동안 애타게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제 경험과 포부를 좋게 봐주시어 합격하게 되었고 원하던 바디제어기 SW개발 직군으로 배치받을 수 있었습니다.
LG전자 계약학과와 삼성전자 DX부문의 전형에서도 면접과 코딩 테스트를 진행하며, 결국 포기했지만 현업 선배 분들의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일부 느낄 수 있어서 전형 자체로 좋은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새로운 만남들
전환점을 맞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만남들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계약학과 동기들도 생겼고, 진학할 연구실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인턴 동기들, 연구실 선배들도 생겼습니다. 동아리에서 세미나하며 만났던 신입생 후배님들, 봉사 활동에서 만난 학우들도 있었죠.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가는게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일이긴 하지만, 즐거웠습니다. 이제 새로운 목표와 길이 정해지면서 생소한 내용들도 배워야하고 익숙했던 자리를 떠나 낮선 자리로 옮겨야 할 차례란게 실감이 되네요.
주로 든 생각들
올해 기억에 남는 자세는 “다른 사람의 가치관을 살펴보고 이해하려 하는 것은 비록 내 가치관과 정 반대에 있더라도 재미있고 도움도 되는 것 같다!” 입니다. 물론 무작정 배우고 흡수하려고 하다가는 제 자신이 희석되버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지만요. 회사부터 학교, 여러가지 사회 이슈들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치관들을 배우고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었었고, 올해도 계속 이를 위해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조금더 단단하고 균형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요.
그래서….
20대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하려고 했다가 못한 것들을 꼭 해야겠지 싶네요. 계속 커리어적인 얘기만 해버린 회고가 된 것 같지만, 군대 전역하고 접어놨던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건강한 습관 좀 들여보려고 합니다. 아 맞다, 장바구니에 넣어놓기만 한 책들도요. 이 글 보는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같이 멋지게 회고할 수 있는 한 해 만들어봐요~